해설:묵념, 5분 27초
|
이 문서는 그 내용이 위뷁처럼 진지하고 어려워서, 읽는 순간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. 다음 글을 읽는 순간 뇌가 제 스스로 포맷을 할 것이며, ['Press Any Key to Boot From Brain'....] 컴퓨터마저 오류를 일으킬 것입니다. |
황지우 시인의 <묵념, 5분 27초>는 제목만 있을 뿐 아무런 내용이 없다. 그야말로 '냉무'인데,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, 아니 말을 할 수가 없었을 이 시는 제목 하나 만으로 곧 내용인 셈이다. 그래서 이건 여담인데, 만약 TV퀴즈프로 따위에 '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시는 무엇?' 과 같은 문제가 나온다면 그 어느 짧은 시보다 더 정답에 가까운 시가 이 시다.
차례 |
[편집] 짧은 시
잘 알려진 안도현의 <너에게 묻는다>'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/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적이 있었느냐?' 보다도, 정현종의 <섬>"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. 그 섬에 가고싶다.' 보다도, 유치환의 <낙엽>'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.'보다도, 정지용의 <호수> '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, 보고픈 마음 호수만하니 눈 감을밖에' 보다도 훨씬 대책 없이 간결하다.
[편집] 의외로 긴 내용
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가장 짧지만 가장 긴 시일 수도 있겠다. 왜냐하면 제대로 시를 읽으려면 최소한 5분 27초는 묵념에 임해야 할 것이므로. '5분 27초'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전남도청이 유혈 진압되어 모든 상황이 종료된 날인 5월 27일에 그 무거운 은유가 걸려있으며, 그 과정에서 희생된 영혼들에 대한 묵념을 시는 주문하고 있다.
이처럼 독특하고 기발난 시로써 시에서 제시한 것 이상의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인이 얼마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벗어버린 황지우 시인이다. 이 시가 수록된 시집으로 그 해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, 많은 시편들에서 전통적 형식이나 내용과는 전혀 다른 기호, 사진, 만화, 신문기사, 현수막 등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서체를 사용하여 풍자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.
[편집] 교훈
시의 형태 파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이 시로 인해, 1980년대 민주화 시대를 살아온 대표적 지식인을 통해 오늘 5.18을 다시 생각한다. 수년 전 한 신문사 초청 시사회 때 80년 5월의 광주를 다룬 영화 '화려한 휴가'를 본 적이 있다. 사실적인 연출로 영화는 그런대로 흥미와 의미를 느끼게 했지만, 마지막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벌어진 시민군과 계엄군의 대치와 전투 장면은 의외로 너무나 싱겁게 끝이 났다.
역사의 굴렁쇠는 늘 당시의 기억을 바퀴에 묻힌 채 오늘을 향해 구르고 있다. 이젠 그 어떤 불법 폭력 집회나 시위도 보고 싶지 않지만 과잉대응이나 강경진압으로 인한 유혈은 더 더욱 있어선 안 되겠다. 과거 민주화 시대의 망령들은 제발 되살아나지 않기를 바란다. 80년 5월의 광주를 지켰던 영혼을 생각한다면 피는 더 이상 흘려서는 안 되겠고, 그 이전에 제발 정치를 좀 잘 해 주었으면 좋겠다.
[편집] 도보시오
